스님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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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법회] 1월 12일 법문
일중스님 2020-01-12
마음을 따듯하게 하는 자애명상-2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오늘도 자애명상을 함께 해보려 합니다. 명상은 종류가 아주 많죠. 명상마다 방법이 조금씩 다른데요. 호흡명상은 호흡명상의 방법이 있고, 자애명상은 자애명상의 방법이 있어요. 자애명상을 하려면 제일 먼저 자애마음을 보낼 대상이 있어야 돼요. 그 대상은 사람이거나 생명을 가진 중생이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대상에게 자애심을 보낼 자애구절이 필요해요. ‘내가 행복하기를, 내가 편안하기를, 내가 안녕하기를’ 이런 것을 자애구절이라고 해요. 그 다음에는 지속적으로 마음 챙기고 집중을 해야 합니다. 호흡명상이 들숨날숨, 들숨날숨에 마음을 챙기고 알아차리는 방법이라면, 자애명상은 대상을 향해 자애마음을 계속 일으키면서 그 마음을 방사해야 합니다. 자애 대상에 대해서 조금 더 얘기해 볼까요. 개별적인 사람을 대상으로 할 때는 첫 번째가 나 자신이고, 두 번 째는 존경하는 사람, 세 번째는 사랑하는 사람, 네 번째는 중립의 무덤덤한 사람, 다섯 번째는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방향별로 할 수도 있고 모든 여자나 남자, 모든 성인이나 범부들 그룹 그룹으로 대상을 삼으면서 시방세계의 모든 중생들로 확장을 해나갑니다. 자애명상은 상황과 대상에 따라서 다양한 방법으로 안내를 할 수가 있어요. 그럼 자애명상을 15분 정도 함께 해볼까요? 척추 뼈는 곧게, 다리는 편안하게 하고 눈은 감거나, 반개하시면 됩니다. 먼저 심호흡을 세 번만 해볼까요? 숨을 한 번 깊게 들이마시고, 깊게 내쉬어 봅니다. 몸 안에 있는 묵은 공기와 에너지는 다 밖으로 내보낸다 생각하시고, 맑고 신선한 공기는 들이마신다고 생각하면서 세 번만 심호흡 해봅니다. 그럼 이제는 자연스러운 호흡을 하세요. 호흡은 몸에 맡기시고 이제부터는 자애명상을 해보겠습니다. 자기 자신이 행복하고 평화롭고 즐거웠던 기억을 상기해 보면서 지금도 앞으로도 행복하고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애구절을 활용해 봅시다. ‘부디 내가 진정으로 평안하기를, 부디 내가 진정으로 행복하게 살기를!’ 여러분 마음속으로 ‘내가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이라는 자애 구절을 7번 내지 9번 나지막하게 읊조려보세요.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런 마음을 여러분 가슴에서 일으켜보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여러분이 존경하는 분 한 분만 떠올려 볼까요? 고맙고 감사한 분의 환한 얼굴표정을 떠올리고 ‘이 분께서 진정으로 행복하고 편안하시길, 행복하고 편안하시길, 행복하고 편안하시길,’ 이렇게 읊조리면서 자애 마음을 내어봅니다. 이번에는 여러분이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지인들을 죽 떠올려 보세요. 그분들의 행복한 표정을 떠올리면서,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진정으로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진정으로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이런 마음을 가슴에서 일으켜봅니다. 그럼 이번에는 진관사에 거주하는 모든 스님들, 모든 불자님들을 대상으로 해볼까요? ‘진관사에 거주하는 모든 스님들과 불자님들, 모든 생명들이 다 행복하시고 평안하시길,’ 마지막으로 ‘시방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 단 한 생명도 예외가 없이 모든 중생들이 다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 (명상종 울림) 그럼 다리를 펴시고 편안하게 앉으시기 바랍니다. 자애명상을 마음집중 명상으로 하려면 여러 대상을 다 하지 않고 오직 대상만으로 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존경하는 사람 한 분만을 대상으로 일주일 내내 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짧은 명상 시간에는 대상을 여러 번 바꿔줘도 되고, 또는 나 자신에게만 해도 되요. 그러나 마무리는 언제나 모든 중생으로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자애명상은 바라밀 공덕명상이라고도 해요. 바라밀 공덕명상, 어떤 의미일까요? 왜 자애명상이 바라밀을 쌓는 명상이 될까요? 신구의 삼업으로 선업을 짓고 있는 거죠. 몸과 입과 마음으로 끊임없이 다른 존재들이 ‘행복하기를, 평안하기를, 고통 받지 않기를!’이라고 하면서 가장 긍정적이고 선한 마음을 닦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마음을 내는 것 자체가 커다란 공덕이 된다는 거죠. 경전에서는 “손가락을 한번 튕기는 순간만큼이라도 자애의 마음을 가진다면, 그를 일러 수행자라 한다. 공양받을만 하고 칭송받을 만하다”고 말하고 있어요. 자애수행은 자비희사 사무량심에서 첫 번째 수행이고, 사마타 삼매수행이며, 범천에 태어날 수 있는 명상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자애명상을 통해서 삼매선정에 도달하면 그게 색계 천상에 태어날 수 있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죠. 인도 센터에서의 경험 한 가지 얘기해 드릴게요. 제가 인도 위빠사나센터에서 장기코스를 할 때, 묵언을 하면서 한 달간 했어요. 하루에 두 시간은 그룹 명상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셀(cell)이라고 하는 독방에tj 혼자 명상을 합니다. 이 독방은 가로 1m, 세로 2m 정도로 매트리스하나 크기에요. 거기에서 하루에 8시간 정도를 앉아있어요. 그때가 음력으로 8월이었는데, 새벽 4시에 들어갔다가, 밤 9시에 나오곤 했는데요. 하늘에 보름달이 밝게 뜬 것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어요. ‘아, 보름이구나. 한국은 이제 추석이겠네. 추석이면 가족들이 모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네.’ 그런데 제 마음에선 또 이런 생각이 일어났어요. ‘한국 사람들 중에서 가장 멋지고 행복하고 좋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단언하건데 바로 나야 나. 5,000만 한국 사람들이 추석을 잘 지내겠지만, 이 시간을 가장 멋지게 보내는 사람은 바로 나야 나, 이건 너무나 분명하다.’ 비록 주관적이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건 어떤 의미인가요? 그만큼 명상은 행복한 작업이다. 명상을 하게 되면 그만큼 가슴이 충만해지고 충일감이 들면서 만족감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또 이런 생각이 든 적도 있어요. ‘내가 나이가 들어서 임종에 다다랐을 때, 지나간 나의 과거를 죽 돌아보겠지? 어느 때가 정말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살아오면서 소소하게 느낀 기쁨과 즐거움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어느 때 내가 가장 행복했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해보니 ‘그 때 정말 행복했지.’ 라고 생각이 든 때는 명상센터에서 집중수행을 했던 시간인 거예요. 그동안 사회에서, 절에서 소소한 즐거움이나 기쁨, 보람들이 있었지만 그것들을 행복이라고 자부할 만한 것은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쨌든 여러분들도 명상을 해나가신다면 그런 경험들을 할 수 잇을 것이고, 그런 경험들이 쌓여서 자산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일상 속에서도 소소한 번뇌와 잡념들, 고통과 갈등들을 빨리빨리 정리하면서 신선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법정스님의 ‘명상에 이르는 길’ 한 번 같이 읽어 볼까요. 사람의 마음은 그 어디에도 얽매임 없이순수하게 집중하고 몰입할 때저절로 평온해지고 맑고 투명해진다 먹고, 마시고, 놀고, 자고, 배우고, 익히는 것과 마찬가지로명상은 우리들 삶의 일부분이다 명상은 안팎으로 지켜보는 일이다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와 언어와 동작,생활 습관들을 낱낱이 지켜보는 일이다.흘러가는 강물을 강둑 위에서 묵묵히 바라보듯이 그저 지켜볼 뿐이다. 명상은 소리 없는 음악과 같다그것은 관찰자가 사라진 커다란 침묵이다 그리고 명상은 늘 새롭다명상하라, 그 힘으로 삶을 다지라. “명상하라. 그 힘으로 삶을 다지라.” 우리는 늘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는 부침의 삶을 살아가죠. 명상의 힘으로 현실의 삶을 건강하게 잘 살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일요명상법회는 1박2일 명상템플스테이와 연계시키면서 네 번째 주, 매달 마지막 주에 하기로 결정했다는 것 알려드립니다.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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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기도] 12월 26일 신중기도 법문
주지스님 2019-12-26
“부처님 되신 날(성도재일成道齋日) 게으름 없이 부지런히 정진하자” 안녕하세요. 오늘이 무슨 날이죠? 섣달 초하루입니다. 섣달은 납월(臘月)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선방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납자라고 합니다. 그리고 1년, 2년 햇수가 지나는 걸 법랍이라고 해요. 우리는 보통 ‘나이가 몇이냐, 어른께는 연세가 몇이십니까.’ 그러죠. 하지만, 저희들은 출가해서 법랍이 30년 되었다고 하면 절에 들어온 지 30년 되었다는 겁니다. 나이가 50이어도 법랍이 30이라면 법랍을 따져 30년이라고 해요. 절에는 법랍 순서대로 앉아요. 군에서는 밥그릇 숫자대로 들어간다고 하죠. 지금도 위계질서가 남아있는 곳은 승법, 군법, 벌법이라고 합니다. 벌은 위계질서가 확실해서 여왕벌이 최고예요. 납월은 정진하는 기간이에요. 선방에서는 가행정진(加行精進)이라는 게 있고, 용맹정진(勇猛精進)이라는 게 있어요. 가행정진은 10시에 방선(放禪)하는데 조금 더 보태 12시에 하는 거예요. 용맹정진은 장좌불와(長坐不臥)처럼 밤을 새워 정진하는 거예요. 해인사에서는 1주일간 장좌불와를 합니다. 자지도 앉고, 밥 먹을 때만 빼고, 철야정진합니다. 오늘 납월 초하루고, 부처님께서 새벽별을 보시고 깨달음을 이루신 성도재일이 납월 팔(八)일입니다. 오늘 법문은 “부처님 되신 날(성도재일) 게으름 없이 부지런히 정진하자”는 내용입니다. 이것은 성도재일에 하는 게송입니다. 世尊當入雪山中(세존당입설산중) 세존께서 설산에 들어가셔서一坐不知經六年(일좌부지경육년) 한번 앉아 여섯 해를 지남을 알지 못했네因見明星云悟道(인견명성운오도) 샛별 보고 도를 깨치셨으니言詮消息遍三千(언전소식변삼천) 말씀하신 소식 삼천 대천 세계에 두루하도다 부처님은 샛별을 보고 깨달음을 깨치셨는데, 우리는 아무리 봐도 깨달을 기미가 없습니다. 그러나 예전에 어떤 큰스님은 복숭아꽃이 피는 것을 보고 깨닫기도 하시고, 어떤 분은 기왓장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깨친 분들도 계셨어요. 그 깨치는 기연(機緣)이 있는데, 부처님은 샛별을 보시고 깨달음을 얻으셨어요. 밝은 별이 깨달음의 도구는 아니지만, 우리도 열심히 정진하여 부처님처럼 되어야겠습니다. 그래서 정진하는 달, 음력 섣달 초하루입니다. 또한 회향의 달이라고 합니다. 회향할 때는 ‘공부가 어느 정도 되었나.’ 점검하게 됩니다. 보살님들은 점검하실 때, ‘1년 동안 기도하면서 망상을 많이 했나.’로 측정하는 겁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아무 장애가 없다든지, 열심히 기도하니 우리 가정이 편안하다, 안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도를 열심히 안하고 딴 짓만 하고, 남과 시시비비만 하면 기도에 도움이 안 돼요. 살아가면서 내 마음이 편안한 것만으로도 기도가 성취된 거예요. 그런데 좌불안석이라, 한군데 앉아있지 못하고 자꾸 움직여요. 계속 정진하면 내가 편안하고, 가족이 편안하고, 두루 장애가 없이 기도 성취하듯이, 도를 깨치진 못하지만, 앉아서 ‘나는 누구인가’를 계속 생각해 보세요. ‘기도하는 나는 누구인가, 기도하는 우리 가족은 누구인가.’를 계속 생각해봐야 합니다. ‘나도 부처님처럼 돼야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기도하면 다 편안해지는 거예요. 납월8일 부처님 깨달으신 걸 기념하면서 내 자신도 공부합시다. 불교의 4대 명절에 성도재일도 들어갑니다. 동지는 4대 명절이 아닙니다. 세시풍속이에요. 동지 때 팥죽 드셨으니 나이 한 살 더 드신 거예요. 우리가 전통을 잘 지키는 것도 미래의 스승이 되는 거예요. 네 번 설날 가운데 1번 지나갔지요. 3번 남았습니다. 신정, 입춘, 구정. 구정 전에 입춘이 올 수도 있고, 구정 후에 입춘이 올 수도 있어요. 이번에는 입춘이 구정 후에 옵니다. 그래서 입춘이 지나야 네 번 설을 다 지나게 됩니다. 열심히 기도하고 공부합시다. 잡보장경(雜寶藏經)에 보면 “도(道)를 구하고자 하면 모름지기 정성을 다하라. 정성이 서로 감응하면 능히 도과(道果)를 얻는다. 그러므로 수행자는 지극한 마음(지성이면 감천)으로 정진하라. 만일 지극한 마음으로 정성스레 구하면 반드시 그것을(깨달음) 얻는다.” 벌써 세월이 지나 12월 회향의 달이지만, 무시무종(無始無終), 시작도 끝도 없지만, 우리들의 세상은 시작이다, 끝이다를 계속 반복해요. 시간은 어떤 모양이나 실체가 없지만, 자연에 의지해서 세워지는 거예요.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오고,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오고,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 여름, 가을이 계속 순환되는 거예요. 우리도 실상은 없이 허둥대며 여기까지 왔어요. 그래도 ‘자신은 누구인가.’는 생각해 보셔야 해요. 기도하시면서 ‘자신은 누구인가.’를 생각하시면, 그 기도가 헛되지 않을 거예요. 기도하면서 망상을 하면 안 하니만 못해요. 잡생각이 없어야 되요. 잡생각이 나다가도 ‘아. 내가 망상을 했구나.’하고 계속 그걸 고쳐서 다시 본래 자리로 돌아오셔야 해요. 다시 시작해서 염불한다든지, 주력한다든지, 다시 경을 독송한다든지 하셔야 합니다. 금강경 독송, 지장경 독송, 원각경 독송, 자기가 하고 싶은 경을 독송해요. 참선자(參禪者) 의단독로(疑團獨露), 염불자(念佛者) 삼매현전(三昧現前), 간경자(看經者) 혜안통투(慧眼通透)라, 자기 화두를 가지고 깨달음도 하나의 방편입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도 경전 봐가지고 안 된다 생각마시고, 금강경 가지고 깨친 사람도 많아요, 안 해서 그렇지, 몰라서 그렇지. 계속하면 깨칠 수 있어요. 납월초하루를 맞이하여 ‘나도 부처님처럼 되어야겠다.’ 생각하셔야겠지요. 부지런히 정진하는 것이 우리들 불자들이 해야 할 일이에요. 상월선원에 가보셨죠? 스님들은 1식하면서, 얼굴도 안 씻고, 양치만 하고 계속 정진하니까, 그런 스님들도 그렇게 하시는데 우리는 따뜻한 방에서, 삼시세끼 다 먹으면서 있는 게 좀 그렇죠. ‘부처님도 설산에서 고행하셨는데.’라는 생각을 하시면서 다른 생각하지 마시고 일념으로 정진하시면 언젠가 깨달을 날이 있을 거예요. 終日忙忙那事無妨(종일망망나사무방) 종일토록 바쁘고 바쁘다. 그 어느 일도 방해되지 않는다. (동정(動靜)에 관계치 않는 거예요.)不求解脫不樂天堂(불구해탈불악천당) 해탈도 구하지 않고 천당도 즐거워하지 않도다. (해탈을 구하지 않는다고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는 건 아니에요.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但能一念歸無念(단능일념귀무념) 다만 능히 한 생각 무념으로 돌아가면 (공부한다는 생각 없이 무심하게. 임제록에 무사시귀인 (無事是貴人)이란 말이 있어요. 일 없는 사람이 귀한 사람'이란 뜻인데, 일 없는 사람이란 깨달음을 이룬 사람이에요.) 高步毘盧頂上行(고보비로정상행) 높이 비로자나불의 정상을 걸어가리라. 우리가 생각 하나 바꾸면,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이라고 했듯이, 그 자리가 바로 깨침의 자리에요. 법성게에 일념즉시무량겁(一念卽是無量劫), 한 생각 있으면 바로 무량겁이에요. 천당해탈 구하지 않아도 그 자리가, 일념의 자리가 깨달음의 자리에요. 그러니까 깨친 사람은 할 일이 없는 거예요. 그런 사람이 귀한 사람이에요. 마음의 지극함에 이른 사람은 자기를 잊어요. 큰 사람이 자기를 지킬 필요가 없듯이 진리의 사람은 흐름에 맡겨 물 흐르듯 순리대로 살아갈 뿐 억지로 하는 일이란 게 없다는 얘기에요. 보살님들이 그래요. 절에 오면 부처님께는 열심히 하고 집에 가면 거사님들에게는 함부로 대하죠. 거사님들도 <당신은 부처님이십니다.>하고 부처님으로 모셔야 해요. 아들은 아들 부처님, 남편은 남편 부처님, 다 부처님처럼 대하면 시시비비가 없는 거예요. 부처님처럼 안 대하시니까 앉으면 시시비비하는 거예요. 모든 것이 나의 운명이고 나의 사명임을 알기 때문이에요. 이 사람은 모든 성인과 더불어 함께 공유하고 비로자나 부처님의 머리 위를 걷는 초유의(깨달음의) 사람이란 거예요. 다음은 장아함경(長阿含經)에 나오는 ‘게을리 하지 말라.’는 말씀이에요. 無爲放逸 我以不放逸(무위방일 아이불방일) 게을리 지내지 말라故自致正覺 無量衆善(고자치정각 무량중선) 나(부처님)도 게을리 지내지 않았기 때문에 해탈(깨달음)을 이루었다 亦由不放逸得(역유불방일득) 한없는 좋은 일은 게으르지 않음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진다一切萬物 無常存者(일체만물 무상존자) 일체만물은 항상 존재하는 것이 없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유훈으로 열반에 드실 때,(<유교경(遺敎經)>에) “게으름 없이 정진하여라. 모든 현상(만물)은 변한다(무상).”라고 하였어요. 무상하다, 그러므로 부지런히 정진하라. 오늘은 어제가 아니고, 과거는 지나갔고, 오늘은 오늘이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얘기에요. 세상은 끊임없이 흘러가는 거예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세상은 무상해서 ‘내가 벌써 나이가 이렇게 됐구나.’를 생각하셔야 해요. 마냥 청춘은 아니에요. 우리가 봄을 청춘이라고 하죠. 푸릇푸릇하니까 젊은 사람들은 청춘이고, 노인들은 현동(玄冬)이라고 해요. )此是如來末後所說(차시여래 말후소설) 이것은 여래(부처님)의 최후의 말씀이다. (유교경에 나오는 얘기이기도 하고, 아함경에 나오는 얘기이기도 해요.) 성도일, 부처님 되신 날, <게으름 없이 정진하여 부처님 되시자.>는 말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부처님의 사상을 본받아서 열심히 정진하고, 세상은 무상하니까 젊음은 끝까지 가지 않아요, 젊을 때 부지런히 공부하셔야 해요. 노인이 되면 파거불행(破車不行),노인불수(老人不修)라고 했어요. 수레바퀴가 반듯한 게 아니고 낡은 수레가 되었다는 거예요. 그걸 보면 젊었을 때 정진해야 된다고 생각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젊은 줄만 알고, 나이 든 걸 느끼지 못하는 분들이 있어요. 석가모니 부처님 최후의 말씀에 “게으름 없이 정진하여라, 모든 현상(만불)은 변한다.”고 하셨어요. 일체만물은 무상하고 변하므로 평상심(平常心)으로 앉으나 누우나 서나(행,주,좌,와(行住坐臥)) 계속 끊임없이 정진하자는 얘기에요. 오늘은 부처님 되신 날, 부처님같이 부지런히 정진하면서 하루하루 살면 깨달음에 이르게 됩니다. 한 시간 공부하면 한 시간 부처님이에요. 한 시간 드러누우면 그대로 중생이에요. 아는 것과 행동이 같이 일치가 돼야 합니다. 문수보살의 지혜와 보현보살의 행동이 갖추어져야 하듯이, 새의 두 날개와 같고, 수레의 두 바퀴와 같은 거예요. 수레의 한 바퀴가 탈선이 되면 안 되죠. 같이 계속 갈 수 있도록 지혜와 실천과 행동이 어우러져서 열심히 정진하여 부처님 되도록 합시다. 24절기 중 22번째가 동지이고, 첫 절기가 입춘입니다. 한 달에 두 번 절기가 들어서 24절기이고, 소한이 지나면 대한이 오고, 대한이 가고나면 입춘이 옵니다. 계속 순환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열심히 부지런히 정진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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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기도] 12월 22일 동지기도 회향 법문
주지스님 2019-12-22
동 지(冬至) 안녕하세요. 날씨가 푹하죠. 오늘이 무슨 날이죠? 동지입니다. 동지에 날씨가 이렇게 푹하면 다음해 잡병이 많이 돌아 농사가 흉년이 든다고 하고, 날씨가 추우면 풍년이 든다고 하는데, 날씨가 따뜻하지요. 우리의 바람은 풍년이 들어서 나라가 편안하고 세계가 다 편안했으면 하는 거지요. 그렇지 못한 것도 우리들의 업인 거 같아요. 이 세상의 날씨도 우리가 온난화를 시켜서 날씨가 푹한 거고요. 겨울 날씨는 무조건 추워야 해요. 봄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더워야하고요. 동지도 세시풍속에 속하는 거예요. 우리는 보통 설, 대보름, 단오, 추석을 잘 지키죠. 우리는 선조들의 지혜를 잊지 않기 위해서 아직까지 잘 지키고 있어요. 전통은 미래의 스승이라고 했어요. 아직 설도 지내고, 대보름도 지내잖아요. 단오도 추석도 지내죠. 또 시월상달에는 햇곡식과 햇과일을 조상께 올리고, 팥떡을 해서 제사를 지내죠. 그래서 시월상달의 제주는 다 안주인이 하는 거예요. 조왕신에게도 올리고, 성주신에게도 올리고 고방신(곳간에 쌀 등 물건을 재놓는데, 그 곳간의 신이 고방신)에게도 올리고, 장독에도 신이 있어요. 정화수를 떠놓고 장원급제하라고, 요즘 같으면 서울대학 가라고 아주 정성을 드리고. 조왕신도 있고, 정낭신도 있어요. 정낭신은 화장실에 있는 신이에요. 화장실에 노크하고 들어가죠. 정낭신은 머리카락을 세고 있는데, 노크 없이 들어가면 그 숫자를 잊어버려 화가 나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다치게 하고, 화장실에서 다치면 약도 없어요. 그래서 정낭신이 굉장히 중요한 거예요. 또 일을 보고 손을 안 씻으면 호법 신장들이 싫어해서 따라다니질 않아요. 항상 정갈하게 해야 되요. 호법 신장이 화가 나면 그 사람을 엎어지게 하거나 고생을 하게 만든다고 해요. 항상 신들을 모시는 건 안사람들에게 달린 일이었어요. 동지 긴긴 밤, 밤이 제일 길고 낮이 짧다고 하죠. 오늘이 지나면 해가 노루꼬리만큼 길어진대요. 설은 네 번 지냅니다. 동지 지나야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하지요. 또 신정, 구정 그리고 입춘이 지나야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동지 때 새알심을 넣은 팥죽을 안 먹으면 나이도 안 든다고 해요. 예전에는 옹심이를 나이 수대로 먹어야 한다고 하는데,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십진법으로 10살에 1개씩 드세요. 삼천동자가 1번 구르면 1,000년 산다고 하는데, 우리는 20대는 2개만 먹고, 10대, 애기는 1개만 먹어도 되요. 90대는 1/9만 드세요. 목이 메면 안 되니까요. 적당히 자기 분에 맞춰서 드시는 게 제일 좋아요. 음식도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돼요. 오늘도 먼저 잡수려고 하지 말고 노인네들 잘 드시게 하고, 젊은 분들은 좀 천천히 줄 서서 드시는 게 좋아요. 잘 드시고 올해도 무탈하게 건강하세요. 빨간색은 양색이기 때문에 음기를 쫓는데 가장 좋은 게 팥이에요. 우리가 좋은 날에도 팥밥 해먹죠. 그래서 안택해서 조상들에게 올릴 때도 팥떡을 하는 거예요. 악귀를 쫓을 때는 붉은 색을 사용해요. 악귀들이 붉은 색을 아주 무서워해요. 여러분들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손가락에 뭘 붙여요? 봉숭아물을 들인다든지, 붉은색 매니큐어를 칠하잖아요. <동지의 유래> 동지는 24절기 중 22번째 절기에요. 첫 번째는 입춘이에요. 일 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며 24절기 중 가장 큰 명절이에요. 절에서도 백중 다음에 신도님들이 가장 많이 오는 날이 동짓날이에요. 그래서 옛날사람들은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생각하고 축제를 벌여 태양신에 대한 제사를 올렸다고 해요. 그래서 중국 주(周)나라에서는 동지를 설로 삼은 것도 이 날부터 점점 따뜻해진다고 해서 이날을 생명력과 광명의 부활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며, 역격의 복괘(復卦)를 11월, 즉 자월(子月)이라 해서 동짓달부터 시작한 것도 같은 의미로 본 거예요. 그래서 동지를 陽始生之日(양의 기운이 비로소 시작되는 날)이며, 다음 해가 시작되는 날(亞歲), 작은 설이라고 해요. 동짓날 팥죽을 먹는 유래에 대해서는 몇 가지 전하는 설이 있어요. 매년 말씀드렸죠. 중국의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의하면 공공씨(共工氏)의 재주 없는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서 역질(疫疾) 귀신이 되었는데, 그 아들이 생전에 팥을 두려워하여 팥죽을 쑤어 물리친 것이다.” 라는 기록이 있는데, 팥의 붉은 색이 축귀(逐鬼)와 벽사(辟邪) 즉 귀신과 삿된 기운을 물리친다고 믿는 데서 비롯되었다는 거예요. 또 뱀이 자꾸 나타나면 뱀 사자를 거꾸로 써서 붙였다고 해요. 집을 짓고 물 수자를 거꾸로 붙여놓으면 화재를 방지한다고 하지요. 물론 네 기둥에 소금을 묻는 경우도 있어요. 물과 불은 상극이잖아요. 그래서 불이 나면 물로 꺼요. 해인사 같은 곳은 소금을 묻는 풍습이 있고, 저희는 물 수자를 거꾸로 붙입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동짓날에 팥죽을 쑤어 사당에 올리고 방마다 한 그릇씩 놓아두었는가 하면, 대문과 벽에 뿌리기도 했어요. 그래야 한 해 병과 탈이 없이 지낼 수 있을 것으로 믿었어요. 또 하나 우리나라의 전설이에요. 신라시대 선덕여왕이 황룡사에서 예불을 드리는데, 지귀라는 사람이 여왕을 사모해 고백하자, 여왕은 황룡사 9층탑 앞에서 예불하는 동안 기다리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예불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죽은 지귀가 남의 집과 재산을 태우는 악귀가 되었고, 사람들은 팥죽을 쑤어 악귀를 쫓았다고 해요. 이것은 팥죽의 축귀(逐鬼) 기능에 대한 유래를 설명하고 있는 거예요. 또 하나의 유래는 마하사에 관계된 것입니다. 설화입니다. 동짓날에는 절에서 팥죽을 쑤어 대웅전이며, 나한전 등에 공양 올리고 온 대중이 팥죽으로 공양을 합니다. 그런데, 동짓날 아침, 마하사의 공양주 보살은 그만 늦잠을 자고 말았어요. 주지스님은 급히 공양주를 깨웠습니다. 세상모르고 늦잠을 자던 공양주 보살은 그제야 정신이 들어 황급히 부엌으로 갔어요. 옛날에는 성냥도 없었고 따로 불을 켤 재료가 없었기 때문에 화로나 아궁이 불씨를 간직했다가 아침에 다시 불을 지피곤 했는데, 늦잠을 잔 바람에 아궁이 불씨마저 다 사그라지고 재만 남아 있었어요. 공양주 보살은 그만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이때 절 아래 동네에 사는 김 서방네 집이 생각났어요, 공양주 보살은 찬바람이 쌩쌩 부는데 쌓여있는 눈을 헤치고 김 서방네 집을 찾아갔습니다. 그러자 "아까 행자님이 오셔서 불씨를 얻어 갔는데 불이 또 꺼졌나요?""행자님이라뇨? 우리 절에는 행자님이 없는데요." 발등에 떨어진 불이 급해서 불씨를 얻어서 부리나케 절로 왔어요. 가까스로 절에 도착한 공양주 보살은 깜짝 놀랐습니다. 부엌 아궁이에서 장작불이 활활 타고 있었던 거예요. 공양주 보살은 팥죽을 쑤어 대웅전에 공양 올리고 나한전으로 가지고 갔다가 또 한 번 깜짝 놀랐어요. 공양주를 내려다보며 빙그레 웃고 계시는 나한님의 입에 붉은 팥죽이 묻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한님의 입술은 빨갛답니다. 그 이후 공양주는 절대로 늦잠을 자지 않았대요. 이렇게 말씀드린 것은 선에 대한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동짓날 팥죽이야기(선(禪)의 세계를 알리기 위한 설화)> 중국 무착선사가 오대산 문수보살을 친견코자 정진하였으나 마음에 집착함이 남아있어 문수보살을 보고도 알아보지 못하겠음을 한탄하였다고 합니다. 이후 앙산선사의 문하에서 더욱 정진하여 깨달음을 이루었어요. 어느 동짓날 무착선사가 팥죽을 쑤고 있는데 홀연히 가마솥 팥죽위에 문수보살이 나타났어요. 무착은 팥죽을 쑤던 주걱으로 문수보살을 후려갈겨 버렸어요. 이에 놀라 문수보살이 “무착! 나 문수일세.”라고 거듭 말하였으나 무착은 “문수는 문수고 무착은 무착일 뿐이다.”라고 하였어요. 이를 통해 무착은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선의세계를 보여 주었다는 일화입니다. 옛날에 사찰의 규모가 크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서 동짓날 팥죽을 쑤는데, “스님들이 가마솥 속에 들어가서 배를 타고 노룰 저으며 팥죽을 끓였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물론 과장된 이야기지만 이를 통해 동짓날 행사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어요. 팥죽은 1년 내내 무장무애하고 무탈하고 아무 재앙이 없게 하기 위해서 방편으로 먹는 거예요. ‘365일 팥죽만 먹으면 재앙이 없겠네요.’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건 아니에요. 마음을 잘 써야 재앙이 없는 거예요. 모든 것이 마음에 있다. 마음을 잘 쓰면 장애도 없고, <유구(有求)면 유고(有苦)고 무구(無求)면 무고(無苦)다.> 구함이 없으면 괴로움도 없고, 구함이 있으면 괴로움이 있다. 그래서 되도록 탐심, 진심, 치심이 없어야 장애가 없는 거예요. <소재길상다라니 독송( 消災吉祥陀羅尼)> 동지 기도는 재앙을 소멸하고 복을 가져오는 다라니를 봉독하는 기도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나무 사만다 못다남 아바라지 하다사 사나남 다냐타 옴 카카 카혜 카혜 훔훔 아바라 아바라 바라아바라 바라 아바라 지따 지따 지리 지리 빠다 빠다 선지 가 시리에 사바하”를 염송하여 동지기도에 나쁜 기운을 씻어내고 태양 즉 비로자나불을 염불해야 합니다. 비로자나불을 찬탄하는 내용입니다. 그 뜻을 보면 “두루 귀의합니다. 모든 부처님께 번뇌 없는 일체법 가르침에, 옴 카카카헤카헤 훔훔, 텅 비어있음이여, 빛이여 빛이여, 모든 것을 비추어 주소서, 일어나소서 모든 별 들이여, 나타나소서 재앙을 소멸하는 상서로운 빛들이여, 이루어지게 하소서.” 차에 탈 때 <대방광불화엄경> 7번, <해원결진언(옴 삼다라 가닥 사바하)> 7번 하시고, <불설소재길상다라니> 7번 하면 사고도 무마해요. 우리가 기도한다든지 주력하는 것은 하나의 방편이에요.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선 여러 가지 방편이 있잖아요. 참선을 한다든지, 염불을 한다든지, 주력을 한다든지 이것도 또 하나의 방편인데, 위처럼 한다면 사고는 나지 않는다는 거예요. 너무 빨리 달리면 빨리 가시는 거예요. 부처님께서 소재길상다라니를 잘 받아 지니고 독송하는 자는 팔만가지 상서로운 일을 성취하고 팔만가지 상서롭지 못한 일을 없앨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동지기도에 이 다라니를 지극 정성으로 독송하여- 동지 때만이 아니라 항상 일과로 삼으셔야 합니다.-, 나쁜 기운을 씻어내고 태양 즉, 비로자나불을 가슴에 품어 재앙이 오기 전에 사라지게 해야 합니다. 또한 불가(佛家)에서 동짓날 부처님께 팥죽을 올리는 의미는 부처님의 가피로 모든 악귀를 몰아내는 원화소복(遠禍召福)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이웃과 함께 나누는 나눔의 행사입니다. “원화소복이란” 불교에서 말하는 고(苦 괴로움)를 여의고 즐거움(樂)을 얻고자 하는 이고득락(離苦得樂)과 같은 의미에요.“화와 복”을 차별 분별하지 않고 똑같이 대한다.“화와 복” 모든 것에 무심하고 마음을 비우는 기도“화와 복”에 끄달리지 않고 깨어 있어야 함 怨因德彰(원인덕창) 원망은 덕으로 인해 나타나니 덕이 부족한 사람은 투덜이에요. 덕이 있으면 절대 원망하지 않아요. 자업자득이에요. 내가 선한 업을 지으면 선한 보를 받고, 악업을 지으면 악한 보를 받는다는 거예요. 故使人德我(고사인덕아) 남들로 하여금 나를 덕 있다고 여기게 하기보다는 그래서 초발심에 <무덕이 피찬실은 오참괴라(無德而被讚은實吾慚愧)> 라는 말이 나와요. 나는 한 것이 없는데 자꾸 칭찬받으면 서로 미안하죠. 그런데 그걸 자랑삼아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부끄러운 줄 알라는 얘기예요.不若德怨之兩忘(불약덕원지양망) 덕과 원망 양쪽을 다 잊게 하는 것이 나으며, 덕도 원망도 없는 게 낫다는 얘기에요. 무해무덕하게 평상심대로 하는 게 좋다는 얘기에요. 仇因恩立(구인은립) 원수는 은혜로 인해 생기느니故使人知恩(고사인지은) 남들로 하여금 나의 은혜를 알게 하기 보다는不若恩仇之俱泯(불약은구지구민) 은혜나 원수를 모두 없애는 것이 나으리라. <채근담(菜根譚)> 무사시귀인(無事是貴人) 이란 말이 있죠. 일 없는 사람, 깨달은 사람이 귀한 사람들이라는 임제록에 나오는 말이에요. 원망, 덕, 원수, 은혜 다 사람들이(本人) 만들어 낸 일이니 무심하게, 평범하게, 일 없는 것만 못하다는 내용이에요. “一切唯心造(일체유심조)”라는 뜻을 잘 음미해 봅시다. 악도 내가 만들고 선도 내가 만든다는 얘기에요. 선악을 분별하지 말고, 평상심 그대로, 무심하게 일없는 사람이 귀한사람이듯이 평상심대로 하시란 얘기에요. <팥죽(豆粥)> 復月霜雪至(복월상설지) 동짓달에 서리와 눈이 내리니 田家寒事畢(전가한사필) 농가에는 월동 준비를 마쳤다.瓦釜鳴豆粥(와부명두죽) 오지솥에는 팥죽 끓는 소리 食之甘如蜜(식지감여밀) 먹으니 그 맛이 꿀처럼 달구나 <이응희(李應禧) “옥담유고”에서> <농가월령가>에 보면 ‘동지는 명일이라 一陽일양이 生생하도다(햇빛이 난다). 時食시식으로 팥죽을 쑤어 이웃과 즐기리라. 새 책력 반포하니 절후 어따한고. 해 짧아 덧이 없고 밤 길어 지루하다.’ 동지는 밤이 제일 긴 날이고, 내일부터는 노루꼬리만큼 낮이 길어져요. 양의 기운이 점점 늘어난다. 동지때 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어요. 수륙재 때 올리는 팥죽을 두탕(豆湯)이라고 합니다. 오늘 팥죽 적당히 드세요. 일이 잘 안될 때는 팥을 올려 여럿이 나누면 좋아요. 팥죽 드시고 내년에는 무장무애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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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법회] 12월 8일 법문
일중스님 2019-12-08
오늘 여러분들과 나눌 주제는 호흡명상입니다. 지난 11월에는 자애명상, 자비명상을 했지요. ‘가성비’ 좋은 명상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우리가 조금만 노력해도 명상 효과가 잘 나타나서 ‘가성비’라는 말을 써 보았습니다. 자애명상은 내 가슴과 내 마음을 따뜻한 온기로 부드럽게 해놓고 외부의 다른 사람들에게 보내는 명상입니다. 그러니까 호흡명상과는 방법이 다르지요. 호흡명상은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고 마음 챙기며 알아차리고, 또 마음을 집중해가는 방법이에요. 제가 초기불교와 남방불교를 공부하다 보니까, ‘가장 완전한 수행체계를 갖춘 가장 중요한 수행법이 바로 호흡명상이다.’ 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여러 가지 기능과 역할, 효과면에서 뛰어난 거예요. 호흡명상은 중국 도교에서도 중시했고, 우리나라 전통 수련에서도 호흡을 강조했죠. 그리고 인도의 요가전통에서도 호흡수련, 쁘라마야마라는 굉장히 중요해요. 남방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는 이런 말이 전해진대요. “열반이 코끝에 달려있다.”고요. 이게 무슨 의미인가요? 다시 말하면, “열반을 얻고자하는가? 그러면 호흡명상을 하세요.”라는 거죠. 호흡명상을 할 때, 호흡을 어디에서 볼 것인가? 코끝이나 윗입술, 인중 부분에서 들숨 날숨에 집중하고, 온전하게 알아차리고, 온전하게 자각하며 관찰을 할 때, 마음이 점점 고요해지고 안정이 됩니다. 뿐만 아니라 마음이 점점 더 편안해지고 행복해지고 그러면서 삼매, 선정에 들어가요. 그 선정과 삼매는 다음단계의 통찰과 지혜가 일어날 수 있는 좋은 바탕이 되어주고, 그래서 수행자는 열반을 체득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열반이 코 끝에 달려있다.’라는 말이 있어요. 명상은 사마타명상과 위빠사나 명상 두 가지 범주가 있어요. 많은 종류의 명상이 있고 많은 대상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가야되는 명상의 길에서 거쳐야 되는 정거장은 선정과 삼매라는 정거장, 지혜와 통찰이라는 정거장이 있어요. 모든 수행법은 다 그 길을 통해서 나아가요. 그런데, 어떤 명상은 삼매(선정)를 얻는 역할만 하고, 어떤 명상은 통찰지혜를 얻는 역할만 합니다. 그런데 호흡명상은 삼매와 지혜 모드 가능하게 하는 방법입니다. 수행의 출발점부터 시작해서 수행의 최종 목적지까지 데려갈 수 있어요. 더 중요한 것은, 부처님이 어떤 수행법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으셨을까요? 하는 문제예요.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으셨다. 깨달음을 얻으셔서 정등각자가 되었다고 얘기를 해요. 부처님은 분명 어떤 수행법을 하셨을 거예요. 그럼 어떤 수행법을 하셨을까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6년 고행을 하셨다는 거죠. 6년 동안 다양한 고행법도 하셨고, 삼매 선정를 얻기 위한 사마타수행을 완벽하게 마스터하셨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깨달음이 얻어지질 않았어요. 어떻게 하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어떤 길이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길일까?를 많이 고민하고 고뇌했어요. 그러다 생각해 낸 것이 어린 시절 호흡수행을 통해서 초선정에 도달했던 기억을 떠올리죠. 바로 그 길이, ‘호흡수행을 통한 초선정을 기반으로 계속 수행해 나아간다면 깨달음에 이를 것이다.’ 라고 확신을 가지고 호흡수행을 하셨어요. 그러니까 보리수나무 아래서 부처님이 하신 수행법이 바로 호흡수행이라는 것이죠. ‘내 두 다리가 부러져도 괜찮다. 나는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이 두 다리를 풀지 않겠다.’라고 생각하고 하셨던 수행이 바로 호흡수행이에요. 그래서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도록 했었던 수행법이 무엇입니까? 라고 물으면 그게 바로 호흡수행인거예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수행을 해야 할까요? 우리도 호흡수행을 해야 되지 않을까요. 2,600년이라는 긴 불교역사에서 다양한 수행법들이,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흡수행은 여전히 유용하다, 중요하다.’ 라고 할 수 있어요. 남방불교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불교에서도 마찬가지이죠. 우리 불교는 다른 수행법 때문에 호흡수행이 기초수행, 기본수행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지만, 서양에서도 지금 이 순간 가장 많이 인기 있고 사랑받는 수행법이 바로 호흡수행입니다. 사실 우리 종단에서도 수행법을 한번 조사한 적이 있어요. 3,4 년 전에. 한국불교의 불자들이 어떤 수행법을 가장 많이 하는가를 조사해보니까 간화선도 아니고 염불도 아니고 호흡수행을 가장 많이 한다고 조사데이터가 나온 것을 불교신문을 통해서 본적이 있습니다. 그러면 호흡수행을 어떻게 할까요? 석가모니 부처님이 호흡수행을 어떻게 가르쳤을까요? 부처님이 가르치신 수행법은 편안한 자세를 하고, 마음집중, 마음챙김을 코끝이나 윗입술에 확립하고, 들어가는 공기와 나오는 공기, 들숨 날숨을 온전히 알아차리고 마음 챙기는 방법이에요. 그래서 내 숨이 길면 길다고 알고, 짧으면 짧다고 알고, 빠르면 빠르다고, 옅으면 옅다고, 거칠면 거칠다고 아는 거예요. 현재 이 순간 나의 몸은 내 마음상태에 따라, 주변 상태에 따라 늘 변화가 있어요. 늘 똑같은 형태가 아니에요. 그래서 그 호흡이 어떤지에 상관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 그렇다고 알아차릴 것. 길면 길구나. 짧으면 짧구나. 그렇게 알아차리는 겁니다. 또한 호흡이 시작하는 출발점에서 호흡이 끝나는 지점까지 놓치지 않고 온전하게 알아차리는 것. 그리고 호흡을 점차 고요하게 할 것. 이게 호흡수행 4단계입니다. 일부러 호흡을 고요하게 하는 건 아니고, 호흡에 집중하고 호흡의 전 과정, 호흡의 시작부터 끝까지 온전하게 알아차리면 마음이 고요해져요. 이렇게 고요해진 호흡이 중요합니다. 호흡이 고요해진다는 것은 마음이 집중된다는 의미이고, 내 마음이 호흡과 하나가 되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점차 삼매나 선정에 나아갈 수 있는 거지요. 현재 남방불교의 모든 수행전통 속에서도 호흡수행을 굉장히 중요시하고 모든 위빠사나 수행이 호흡수행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요. 우리 잠시 동안 호흡수행을 한 번 해 볼까요? 먼저 허리 척추 뼈를 반듯하게 세워보세요. 목과 머리도 반듯하게, 다리와 손도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하면서 몸의 바른 자세를 잡아봅니다. 이번에는 여러분의 주의력을 코끝이나 콧구멍 입구, 윗입술 인중부분에 두어 보세요. 그리고 심호흡을 3번 해봅니다. 숨을 깊이 들이 마시고 깊이 내쉬어 보세요. 어디에서 공기가 부딪치나요? 공기의 접촉감각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깊이 내쉬어봅니다. 다시 한 번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깊이 내쉬어봅니다. 공기가 부딪치는 지점을 우리는 접촉점이라고 얘기해요. 주의력을 둘 지점이 바로 접촉점이다. 라고 하는데, 바로 그 지점에서 들어가는 공기, 나오는 공기를 잘 지켜보는 거예요. 들숨 날숨, 들숨 날숨을 그 지점에서 느끼고 알아차리고 집중하고 자각해 보세요. 지금부터는 그저 단순하게 들숨날숨에만 마음을 모아 봅니다. 호흡은 전적으로 자연스럽게 하시고요. 공기가 어떻게 들어오고 어떻게 나가는지 들숨 날숨에만 마음을 챙기고 알아차려봅니다. 생각이 일어나면 ‘아! 생각하네.’라고 알아차리시고 다시 들숨 날숨, 들숨 날숨으로 돌아오면 됩니다. 이렇게 5분정도 호흡에 마음챙기기 해보겠습니다. ... ... (명상종이 울림) 그럼 이제 눈을 떠 주세요. 잠시 우리는 호흡보기, 호흡 알아차리기를 해 보았어요.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으신 방법도 호흡수행이요, 부처님이 직계제자들에게 가장 많이 권유하고 가르쳤던 방법도 호흡수행입니다. 초기경전의 입장에서 보면, 부처님이 가르치신 수행방법이 대략 50여가지가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만 몇 가지 추려볼 수 있어요. 부처님이 강조하셨던 중요한 수행법은 무엇일까요?” 라고 했을 때, 제일 먼저 저는 호흡수행이라고 하고 싶어요. 그 다음에는 사무량심 중에서 첫 번째인 자애수행. 그리고 몇 가지가 더 꼽을 수 있어요. 부처님의 공덕을 계속 생각하면서 마음을 집중하는 불수념 수행, 죽음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고 마음 챙기는 죽음명상, 또 부정관 수행, 그런 것들이 사마타수행 중에 있고, 좀 더 중요한 수행이 있다면 그건 신수심법 사념처수행입니다. 사념처 수행은 위빠사나 수행이에요. 몸을 관찰하고 느낌을 관찰하고, 마음을 관찰하고 법을 관찰하는 수행, 이 네 가지 영역의 위빠사나 수행이 또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좀 더 거친 대상인 몸을 관찰하는 수행을 하고, 그 다음에 느낌과 마음, 법을 관찰해 나갑니다. 사념처 수행은 초기불교, 남방불교의 대표적인 수행법, 대명사격의 수행법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 호흡수행은 사마타수행이기도 하고 신념처의 첫 번째 위빠사나 수행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호흡수행은 사마타 위빠사나 수행, 즉 선정수행과 통찰수행 두 가지로 다 적용을 할 수 있어요. 그만큼 호흡수행은 여러 면에서 장점을 많이 가졌어요. 부처님 자신도 많이 하셨고 제자들에게도 가장 많이 권유하셨던 수행법도 바로 호흡수행입니다. 호흡수행은 내 마음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호흡이란 에너지는 생과 사를 가름하는 에너지기도 해요. 호흡을 하는 자는 산 자이고 호흡을 하지 않는 자는 더 이상 산자가 아니죠. 또 호흡은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도 해요. 내 마음이 어떠냐에 따라서 호흡이 마음의 상태를 그대로 보여줘요. 내 마음상태가 거칠면 호흡도 거칠어지고, 내 마음이 편안하고 안정이 되어있으면 호흡도 편안하고 고요합니다. 그럼 잠시 또 호흡수행을 해볼까요? 다시 한 번 허리 반듯하게, 편안한 자세로 앉아보세요. 눈은 감거나 반개하시면 됩니다. 여러분의 마음을 코끝, 콧구멍 입구, 인중부분 윗입술, 이 부분에 주의를 가만히 두어보세요. 그리고 지금 현재 이 순간, 들어가는 공기, 나오는 공기, 들숨 날숨을 온전하게 마음 챙기고 알아차려 봅니다. 한 3분정도 호흡보기 호흡 주시하기 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번에는 호흡의 전체 과정을 좀 더 면밀하게 알아차려 볼까요? 들숨의 시작부터 들숨이 끝나는 지점까지, 날숨의 시작부터 날숨이 끝나는 지점까지 온전하게 알아차림 해보세요. 너무 힘주어서 강하게 집중하려 하지 마시고 편안하게 자연스럽게 알아차림 해봅니다. 그렇게 5분정도 해봅니다. (명상종이 울림) 호흡에 마음챙김이 잘 되시던가요? 생각이 많으신가요? 생각이 많아도 괜찮아요. 다만 생각을 알아차리는 마음만 있으면 돼요. 생각은 일 어나게 되어있어요.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의식의 본성이 찰라생 찰라멸 이니까요. 그러니까 생각이 일어난 건 잘못이 아니다. 내가 부족한 것도 아니다. 다만 명상을 할 때는 알아차리려고 주의 집중하려고 노력하면 됩니다. 알아차리지 못하고 생각 속에 깊이 빠질 때 그때는 명상주제를 놓친 것입니다. 그러나 생각이 일어난 것을 알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온다면 잘 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음챙김(사띠)를 확립시켜 나가는 것이 위빠사나 수행이에요. 이 위빠사나 수행은 우리를 최종적으로 해탈과 열반, 깨달음으로 데리고 갑니다. 사랑하라, 사랑할 수 있는 한.사랑하라, 사랑할 힘이 남아있을 때까지시간이 오리라. 시간이 오리라.그대가 무덤 옆에서 슬퍼할 시간이 찾아오리라. 수행하라, 수행할 수 있는 한. 수행하라, 수행할 힘이 남아있을 때까지시간이 오리라. 시간이 오리라.그대가 무덤 옆에서 슬퍼할 시간이 찾아오리라. 명상하라, 명상할 수 있는 한.명상하라, 명상할 힘이 남아있을 때까지시간이 오리라. 시간이 오리라.그대가 무덤 옆에서 슬퍼할 시간이 찾아오리라. 명상을 한다는 것, 수행을 한다는 것은 마음챙김과 알아차림의 힘을 계속 길러가는 거예요. 그 힘만 있으면 우리는 모든 긍정과 선법의 문을 열 수 있는 좋은 키(Key)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명상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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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기도] 11월 27일 신중기도 법문
주지스님 2019-11-27
안녕하세요. 환절기가 되면 감기가 옵니다. 감기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해요. 다들 조심합시다. 지난달은 무슨 달이었죠? 10월 상달이었습니다. 11월은 동짓달입니다. 10월은 1년 가운데 가장 으뜸 되는 달이라고 해서 상달이라고 해요. 1년 중 농사를 지어 오곡이 풍성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고마움으로 팥떡을 해서 조상님들께 올리기도 하고 부처님 전에 올리기도 합니다. 11월 동짓달은 긴긴 밤이라고 하지요. 동지 지나야 낮이 노루꼬리만큼 길어진다고 해요. 여름에는 6,7시 되도 훤한데, 지금은 5시만 되면 컴컴하잖아요. 동짓달에는 가장 중요한 날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 동지팥죽 쑤어 먹는 날이지요. 사실은 사유축만 삼재겠어요? 평생 내내 삼재 같은 날이지요. 삼재가 들었을 때는 팥떡을 한다든지, 팥을 공양해서 모든 사람들이 나눠드시면 그것도 삼재를 소멸할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에요.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만족할 줄 아는 게 가장 큰 부자라고 하셨어요. 몸에 병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복이고, 번뇌망상 일어나지 않는 것이 열반의 가장 큰 즐거움이고, 세상에 뭐가 제일 좋다 좋다 해도 마음편한 것이 최고 좋은 거예요. 그러니까 하루하루 지나면서 사람관계가 가장 중요하거든요. 용심을, 마음을 잘 쓰셔야 되요. 선용기심(善用基心)이라고 금강경에도 나오잖아요. 마음 잘 쓰는 게 가장 좋고, 마음이 편안한 게 또한 가장 좋은 거예요. 불편하면 소화가 안 돼요. 마음속에 불편한 생각이 꽉 찼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그래서 제가 매번 “다 좋다, 다 맞다, 다 옳다, 다 맛있다.”라고 하지요. 우리가 좋은 생각을 내면 머릿속에서 좋은 생각만 막 일어나요. 하지만, 나쁜 생각이 꽉 차 있으면, 피부가 몸살 날 정도로 아파요. 근육이 막 아파요. 그러나 즐겁고 기쁜 생각을 하면 그런 거 없어요. ‘누구는 왜 먹을 때만 안 아프냐?’ 식욕이 엔돌핀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나쁘지, 저 사람은 내 돈을 왜 안 갚지...’ 자꾸 그런 생각을 내면 아플 수 밖에 없어요. 돈을 빌려줄 때는 못 받는다고 생각하고 빌려줘야 해요. 안 그러면 딱 끊던지. 안 빌려 쓰고 안 빌려주는 게 최고의 지혜입니다. 마음씀이 좋아야 세상 살기가 편하고 내가 편한 거예요. 돈이 좀 생기면 자랑하고 싶어서 가만히 못 있어요. 그리고는 주식투자를 하러 나가요. 내가 한 만큼만 가져야지, 복권을 한다든가, 투기를 하면 안 됩니다. 복권당첨이 되면 그걸 주변에 나누고 불우이웃 등을 도우면 되는데, 그렇지 않고 흥청망청 쓰거나, 노는데 쓰면 병밖에 남는 게 없습니다. 돈은 자기가 쓸 만큼만 가지고 있어야지 분에 넘치면 안 됩니다. 친구들도 없고 집안도 잘 안됩니다. 적당히 가지고 있으면서 적당히 욕심도 덜 부리고. 적당하다는 게 어렵지요. 지혜로운 생각은 ‘이게 조금 더 하면 욕심이겠다’라고 생각하고 멈추는 것입니다. 그것이 중도예요. 욕심 부리지 말고 좀 나누고 보시하자. 그래서 육바라밀의 제일 처음이 보시입니다. 그 다음 지계는 윤리도덕입니다. 인욕은 참는 것, 인내심. 100번만 참으면 세상만사가 다 잘 돌아갈 거예요. 인욕만 잘 되면 살인도 면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정진하면 선정이 생기고 나중에 지혜로움이 생깁니다. 반야가 지혜입니다. 내가 몸소 실천하고 열심히 기도하다보면 지혜가 생겨요. 다라니기도만 잘해도 업장도 없어지고, 지혜도 생기고 재물도 생기고, 병도 낫는다고 해요. 안 해서 그렇지. 열심히 하다보면 안 되는 게 없어요. 하다가 마는 사람이 많지요. 처음에는 잘 하다가도 용두사미처럼 중간에 안 되는 게 있거든요. 그러지 말고 여일하게 하셔야 해요. 다라니도 21편만 꾸준히 해보세요. 하루에 1,000번 하려면 안 되잖아요. 처음에는 100번하려고 해도 안 돼요. 3.7편만 가볍게 하세요. 어려우면 7편만 하세요. 그것도 어려우면 3편만 하세요. 그것도 하기 싫으면 ‘옴’자만 하세요. ‘옴’자 속에 우주의 기운이 다 들어있어요. 티베트에서 보면 ‘옴’을 길게 하지요. 진동의 소리예요. 단장까지 내려가고 5분까지 해요. 호흡이 잘 되는 거예요. 여러분들도 호흡이 잘 안 될 때는 ‘옴’자부터 연습하세요. 상기가 될 때가 있어요. 열이 단전 속에 딱 들어가 있어야 상기된 열을 내릴 수 있어요. 그래서 기도를 해도 병이 안 나는 거예요. 그래야 다라니 100번, 200번, 500번, 1,000번까지 해도 이상이 없는 거예요. 막 열을 내서 하면 머리부터 아파요. 아이들이 공부하기 싫으면 배 아픈 것과 같아요. 여러분들은 긍정적인 생각으로 ‘아! 잘 될 거다. 부처님께 기도하면 잘 될 거다.’라는 생각만 가지고 계셔야지 성취가 되는 거예요. 그런 기운만, 그런 생각만 가지고 있어야 되요. 만족할 줄 알고, 건강할 줄 알고, 편안할 줄 아는 그런 불자가 돼야만 기도성취가 되는 거예요. 이 세상의 주인은 자기예요. 집착만 없으면 자유로운 거예요. 집착이 병입니다. ‘공부 안돼서 어떡하지. 서울대 가야하는데...’ 억지로 가보세요. 머리만 아프지. 자기분수에 맞는, 자기 역할의 분에 맞는 생활을 하면서 지족할 줄 아는 불자가 되도록 합시다. “세상의 변화는 나로부터” 지금 동지, 겨울이죠. 시간은 어떠한 모양이나 실체가 없어요. 단지 자연의 모습에 따라서 여름이다, 가을이다, 겨울이다, 봄이다 할 뿐이에요. 더우면 여름이라고 하죠. 추우면 옷을 막 껴입잖아요. 시간이 만들어주는 게 아니에요. 자연의 변화에 의해서 이렇게 되는 거예요.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도 자연스러운 게 최고의 진리에요. 억지로 하면 가식이라고 하죠. 공부도 그렇고 기도도 그렇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기도나 공부는 아니에요. 자기가 열심히 하면 자연스러운 게 최고의 진리이듯이, 시간이 모양이 있어요? 12시가 되었고 배가 고픈데, 배가 고프니까 공양해야겠다는 것은 몸의 변화인거죠. 12시가 배가 고픈 건 아니에요. 지금 11월이지만 11월이 시간을 가리키는 건 아니에요. 이런 시간의 개념은 없지만, 자연의 모습에 따라서 가을이다, 낙엽이 다 떨어지니까 겨울이구나 느끼는 거예요. 세상의 변화는 나로부터 시작하듯이 자연스러운데서 일어나는 거예요. 김장 담그셨어요? 요즘은 얼마나 편리한지, 김장들 안 담그더라고요. 김치를 사다먹기도 하고, 좀 편리하게 절인 배추 사다 담그잖아요. 우리가 출가해서 절에 오니까 함월당 근처는 다 배추밭이고, 채소밭이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김장을 다 직접 했었어요. 처음 오니까 얼마나 많이 하는지, 저도 학인 살다 왔으니 김장을 해 본 적이 없잖아요. 앞 수곽에서 500포기를 절이는데, 조금씩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는지 몰라 소금 다섯 가마니를 다 썼어요. 그래서 스님이 제게 막 뭐라고 하셨어요. 몇 년 먹을 소금을 한꺼번에 다 썼다고. 그래서 배추 300포기를 더 가지고 와서 더 절이기도 했어요. 운문사에서 할 때는 5,000-6,000포기 하는데, 옛날 목욕탕에 넣고 절여서 사람이 못 나와 나중에 찾아서 나왔었어요. 그 때는 250명씩 살았기 때문에요. 요즘은 없어서 못 먹는 시대는 아니어서 맛으로 준비하지만, 예전에는 굉장히 짭짤하게 했었어요. 70년도에 청룡사에서 내려왔는데, 서울서는 제사가 많으니까 전도 많이 먹잖아요, 그런데 운문사 내려오니까 제사도 없어요. 스님들이 20명 정도 같이 내려왔는데, 12명은 며칠간 변비에 걸렸어요. 우리는 상관없이 많이 잘 먹었어요. 그런 기억이 납니다. 김장철이라 권근이 지은 김장 시를 한번 올려놨습니다. 권근은 우리 수륙재조성기를 지은 분이에요. “김장 蓄菜(축채)” 十月風篙肅曉霜 (시월풍고숙효상)園中蔬菜盡收藏 (원중소채진수장)須將旨蓄禦冬乏 (수장지축어동핍)이요未有珍羞供日嘗 (미유진수공일상)이라寒事自憐牢落甚 (한사자련뇌락심)殘年偏覺感懷長 (잔년편각감회장)從今飮啄焉能久 (종금음탁언능구)라 百歲光陰逝水忙 (백세광음서수망)이로다 시월이라 바람세고 새벽서리 매서워져울 안팎의 온갖 채소 다 거둬들여 놓네.김장을 맛나게 담가 겨울나기 대비해야 되네.진수성찬 아니라도 하루 소찬을 대지.암만 봐도 겨우살이는 쓸쓸하기 짝이 없고 늙은 뒤로는 유난스레 감회에 깊이 젖네.이제부터 먹고 마실 일 얼마나 남았으랴한 백년 세월은 유수처럼 바쁜 것을....권근(權近 1352~1409)고려말 조선초의 저명한 학자 권근이 음력 十月 김장을 하고나서 지었음 늦가을이 훌쩍 다가오자 채소를 거둬 겨울 날 채비를 서두릅니다. 예전에는 김장만 준비하는 게 아니라, 산에 올라 나뭇가지를 꺾어 준비하고, 낙엽송이 진 것을 갈비기라고 하는데 그것을 갈고리로 모아 지게로 지어와요. 말리거나 절여서 겨울 내내 먹을 음식을 장만하고 보니 안도감과 함께 이제는 한해도 저물었다는 느낌이 엄습해옵니다. 김장은 어느 음식 장만과는 다르게 무게를 담은 듯해요. 김장이 한해의 농사라고 합니다. 600년이 지난 지금도 현대인이 김장철에 느끼는 한해가 다 갔다는 쓸쓸함, 그리고 김장을 마쳤을 때의 안도감 등이 그대로 나타나 이 한시에 담긴 내용이 묵직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100년도 못사는 인생이 1,000년을 산다고 욕심을 내고 있어요. 습관을 바꾸려면 마음이 변해야합니다. 마음이 변하려면 생각이 바뀌어야합니다. 절망, 불안, 우울, 짜증 등 질병은 걷지 않아 생기는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거기에 집착하면 정말 우울증 환자가 됩니다. 생각을 바꿔 좋은 생각을 내셔야 합니다. 明나라 묘협스님의 보왕삼매염불직지(宝王三昧念佛直指) 中에 십대애행(十大碍行 10가지 장애) 을 살펴보면 1.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마라.2. 세상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마라.3. 공부하는데 마음에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마라.4. 수행하는데 마장 없기를 바라지 마라.5. 일을 계획하는데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마라.6. 친구를 사귀는데 내게 이롭기를 바라지 마라.7.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하여 주기를 바라지 마라.8. 덕을 베풀면서 과보를 바라지 마라.9.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마라.10. 억울함을 당해 굳이 분풀이를 하지마라. 이것을 잘 새겨, 이렇게만 하면 걸림이 없게 됩니다. 뭐든지 따지는 사람치고 잘 되는 사람 없어요. 남이 나에게 잘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탓에 괴롭고 짜증나고 화나는 거예요. 남에게 다 잘해주면 되요. 다 좋다, 다 맞다, 다 옳다고 하면 됩니다. 맨 땅에 세운 기와집이 무너지지 않는 것은 대들보와 기와와 기둥이 무게가 평행을 유지하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살이도 근심과 곤란이 없으면 겸손을 잃고 경솔하여서 작은 바람에도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벌써 연말이에요. 올 한해를 돌이켜 보건데 세상의 변화는 나로부터라고 하는데 내가 변화를 했는지 반성하면서 나를 짓누른 무거운 짐이 있었다면 이렇게 생각해야합니다. 그 짐이야말로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겸손하게 살아가도록 가르쳐준 훌륭한 스승이었다고 생각하세요. 어려운 일 한 두 가지 가지고 사는 사람은 매사에 조심하지만 너무 자신 있는 사람은 반드시 실수를 합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합니다. 살아가면서 힘든 일 없기를 바라지 말고, 힘든 일을 다시 열심히 하면 다 이루어집니다. 기도 열심히 하면 다 성취됩니다. 매일 소원성취진언하시잖아요. 열심히만 하면 안 되는 것 없어요. 내가 하지 않을지언정 불가능은 없어요. 초발심자경문에 <但不爲也언정 非不能也니라(단불위야 비불능야)>라고 나와요. 하지 않을지언정 능히 못하는 것은 없다. 내가 기도를 안해서 그렇지 기도 이틀하고 다 성취됐다고, 성취된 것처럼 바라면 안 돼요. 열심히 끝까지 하도록 합시다. 생각은 내 마음부터 변해서 모든 게 변해야지 다른 게 변할 수 있어요. 마치겠습니다.